<북한 어린이의 부모-자녀 관계와 발달>

김희정(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강사, 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사회와 어린이의 발달

북한 어린이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북한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을 이해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북한의 생태학적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북한 어린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북한의 여러 환경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는다. 가장 가까운 부모, 가족에서부터 동네, 지역사회를 포함하여 북한의 법과 문화 등 거시적인 환경, 그리고 고난의 행군과 같은 세대경험과 시간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은 각각의 체계와 상호작용하며 성장한다. 특히 유아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 중 하나는 애착관계 형성이다. 이 시기 아이가 맺는 부모와의 관계는 이후 아동의 정서발달과 대인관계 등 삶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북한 어린이들의 미시적인 체계 중 하나인 부모자녀관계, 그리고 생애초기 이데올로기 학습 현장인 유치원교육을 통해 아동들의 발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의 부모-자녀 관계

북한의 부모-자녀 관계를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는 가계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계도는 혈연 및 결혼관계를 통해 유전질병이나 가족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의학 분야 뿐 아니라 구성원과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들의 갈등이나 역학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심리학, 상담 분야에서도 가계도를 사용한다. 이처럼 가계도는 생물학적 부모자녀관계로 이어진 관계로 구성되지만, 북한에서는 다를 수 있다. 가계도에서 중요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어버이 수령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대가정을 표방하여, 사회 전체가 수령을 어버이로 모시는 대가족을 형성한다. 김정일에 의하면 인민은 수령과 혈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사회 정치적 생명을 지닐 수 없으며 이러한 ‘사회정치적 생명’은 육체적 생명보다 더 귀중하다. 즉 사회정치적 생명 유지는 수령과의 ‘혈연적 관계’에 기반하며 수령은 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령은 가계도의 시작점인 ‘나’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그리고 조부모에게도 대를 이어 ‘어버이’로서 가족 개개인과 가족 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어느 가정에서나 ‘어버이 수령’은 태어나면서부터 집안에 걸려 있는 초상화를 통해, 그리고 자라면서 부모와 유치원 교육을 통해 그리고 동네 내에서 작동하는 사회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에게 공식적으로 어버이로 내면화된다.

북한 어린이들은 사상교육을 통해 어린 시기부터 수령과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북한에서 ‘어버이 수령’은 인민을 책임지고 돌보는 “천만부모의 정을 다 합쳐도 비기지 못할 위대한 사랑”을 가진 분이다. 북한에서는 노동신문 1면부터 애육원을 현지 지도하는 부모 잃은 고아들을 안아주는 수령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양육자이자 어버이로서의 이미지를 3대를 거쳐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수령에 대한 수식어는 이미지 자체로 끝나지 않고 어린이들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들은 사탕 하나를 먹을 때도 ‘어버이 수령’에게 감사를 표하며 편지를 쓰며 수령에 대한 애착표상을 형성한다. 수령은 “우리 모두의 자애로운 어버이시며 은혜로운 삶의 태양”으로 몸소 자녀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걸음걸음 손을 잡아 이끌어주며, 사탕과 빵을 주고, 사랑을 주는 “육친적인 보살핌”을 하는 존재로 형상화되고 어린이들은 이러한 '어버이수령'을 탁아소와 유치원의 일과에서 매일 “강한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체험하기 때문이다. 북한 뉴스에서 수령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겐 생경할 수 있지만 북한 어린이들의 삶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북한 유치원 사상교육과 정서발달

북한 유치원의 사상교육은 북한의 2013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체계, 형식, 내용 면에서 변화되었다. 개정된 유치원교육은 표면적으로 사상교과목을 삭제하고 통합교육을 지향하며, 아동중심교육과정을 표방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상교양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교과목 위주의 기존 교육에서 통합교육으로 바뀌면서 5개 영역인 혁명사상교양과 도덕교양, 우리말교육, 지능교육, 정서교양, 건강 및 몸단련 영역으로 통합되어 교육이 이뤄지고 놀이를 강조하여 유아들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더욱 효과적인 방식으로 사상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되었다. 변화된 교육과정은 어린이들이 어린 시기부터 수령에 대한 흠모의 마음과 더불어 착취계급과 적대세력에 대한 증오감정 등 사상감정을 강하게 체험하도록 하는 방식들을 고수하거나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기에 ‘어버이 수령’과 형성한 애착관계는 어린이의 정서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애착이론에서 부모와의 애착관계는 아동의 정서조절기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 영아가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어서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부모를 통해 누그러뜨려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아동은 자신의 감정을 부모를 통해 조절하게 되며, 이러한 관계 경험이 이후 성장 과정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아동의 부정적 감정도 잘 받아주는 경우 아동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만, 부모가 무관심하거나 거부적인 경우 그래서 아동이 그런 감정을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 불안정 회피애착 유형으로, 부모가 태도에 일관성이 없거나 심한 체벌과 훈육을 하는 경우 아동은 불안정 양가애착 유형으로 발달하게 된다.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이후 아동의 정서조절, 그리고 삶의 위기나 두려움에 대한 대처방식 및 대인관계 양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게 위험으로 인지되는 대인관계 자극을 회피하는지 혹은 매달리거나 공격적이거나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지, 또는 양가적으로 반응하는지 등을 나타내는 애착유형 특징은 결과적으로 대인관계와 인간발달에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부모 외에 ‘어버이 수령’과 애착관계를 맺게 되는 북한 어린이들의 부모-자녀 관계와 정서발달은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한 실마리는 북한에서 아동기를 지냈던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부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어린시기부터 그리고 북한을 떠나기 전까지 수령을 자신의 어버이로 그리고 일상적인 위협감, 불안과 긴장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는 존재로 표상하고 있었다. 수령에 대한 충성을 통해 사회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고 수령을 위해 자신의 육체적 생명을 바치더라도 오히려 영생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인민학교 중반부터 수령이 정치지도자이며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와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버이 수령’과 생물학적 ‘어버이’에 대해 공통적으로 다중애착을 형성하였으며 애착대상으로부터의 부정적 애착경험은 회피적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고난의 행군, 수령의 죽음, 정치적 배제 경험, 탈북, 등 개인적 집단적 경험을 통해 수령으로부터 분리, 방임, 상실 등을 경험을 통해서였다. 이러한 안전기지의 붕괴와 같은 경험은 이들에게 일상적 위협감과 긴장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조절되기 어려운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어버이 수령'과의 불안정한 애착관계에 따른 정서조절기제의 집단적 특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또한 수령의 존재는 생물학적 부모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부모자녀관계가 와해되는 사례로도 나타났다.

북한 부모의 역할과 변화

북한에서 ‘가정의 혁명화’는 가정을 가족이 함께 가꾸어 가는 삶의 보금자리로서가 아니라 2세들을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초조직으로 내세우려는 일종의 정치구호였다.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의 부모 역할은 “수령님의 교시를 심장으로 받들고 붉은 가정으로 꾸려”나가야 하며, 북한은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조기 우상화교육을 위해 보육원과 유치원을 이른 시기부터 중시하고 전국적으로 확장하였다. 당시 부모의 직장에 따라 자녀를 가정에 주말에 데리고 오는 주유치원, 월에 한번 데리고 오는 월 유치원 등을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 기관으로 평가하였고, “백지와 같이 깨끗하고 순결한 시기”에 어린이들의 사상교육을 위해 국가 위주의 자녀교육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변화가 가시화되는데 부모의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과 역할 강조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의무교육인 유치원 높은반을 제외하고는 탁아소, 유치원의 취원률이 지방의 경우 더욱 낮으며,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소학교, 중학교에서도 부모가 실제적으로 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에서 최근 수년간 자녀들을 잘 키우기 위한 자녀양육 지침서류의 책들이 여러 판과 쇄를 계속하며 출판되고 있다. 출판이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며 국가 주도로 출판이 이루어지는 북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소위 국가 주도의 베스트셀러화라고 볼 수 있다. 자녀 양육에 대해 국가의 전적 책임론에서 부모와 공동 책임으로 혹은 부모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부모자녀관계에 대한 북한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변화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세대를 거쳐 전이되는 부모-자녀 관계

며칠 전 북한 언론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어린 자녀를 공개하였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녀를 공개한 배경에 대해 언론에서 여러 가지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그 뉴스에 공개된 자녀가 생물학적 어버이이자 모든 인민의 ‘어버이’를 어떻게 인식할지, 그러한 인식은 ‘어버이’가 그의 ‘어버이’와 할아버지를 인식했던 것과는 다를지, 그리고 어린 자녀와 함께 등장한 ‘수령’의 모습을 바라보는 북한의 어린이들은 자신의 ‘어버이’의 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함을 불러일으켰다. 개개인의 부모자녀관계 경험이 다르듯 ‘어버이 수령’과의 경험도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면, 북한 가정에서의 부모-어린이 관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은 수령과의 관계와 경험의 질이 세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와 이러한 세대별 개인적, 집단적 경험의 특성과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이다. 수령의 존재는 인간의 가장 결정적이며 민감한 시기에 학습되고 내재화된 경험,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 사회 시스템과 사상교육에 노출되고 영향을 받은 정도에 따라 다른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다른 환경 요인과 분리하여 그러한 영향력을 측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며 또 그러한 영향력이 표면화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인간의 발달과 대인관계 그리고 이후 자신의 자녀와의 관계와 연결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수령의 존재가 가족과 인간 개인의 내밀한 부모자녀 관계 사이에 여전히 개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족의 정체성과 문화가 부모로부터 자녀 세대에 거쳐 전달되는 것처럼 애착 유형은 특히 세대를 거쳐 높은 비율로 전이된다고 밝혀져 있다. 북한 부모자녀관계의 이러한 독특한 특성은 세대를 거쳐 북한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부모와의 관계성은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수령은 정치적 존재로 주로 다루어졌다. 추후 수령이 북한 사회에서 강조하는 ‘어버이’로서의 존재로 가족과 개인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횡단적, 종단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